경기는 지하 끝까지 내려가고 나라라고는 해프닝의 연속인, 어떻게도 즐거운 연말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연말입니다. 그래도 연말의 온기라는 것은 있지요. 사랑하는 연인과 가족, 친구와 함께라면 살가운 온기가 피어나곤 합니다.
저는 연말 연초, 특히 크리스마스는 대부분 혼자 지냈던 것 같습니다. 어찌 보니 그렇게 됐고 어느 순간부터는 혼자 있는 것을 의도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반갑고 즐거운 연말의 모임 이후 집으로 돌아올 때의 공허함과 쓸쓸함이 유난히 싫었습니다. 그보다는 혼자 경도 6 정도의 외로움을 경험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편이라서요.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홀로 이런저런 굴요리들을 해 먹어 볼까 합니다.
“후회는 없다.”, “후회는 없게 하려고 한다.” 연말연초에 일을 정리하며 또는 일을 앞두고 이런 말을 쉽게 듣습니다. 그러나 후회가 없는 일이라는 게 어디 있을까요? 다 시도해 봤으니 후회는 없다는 말도 모순으로 들립니다. 8천만 번 시간을 되돌려 할 수 있는 모든 시도를 다 해봤다고 해도 거기에는 아직 해보지 못한 그 무언가가 남아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온갖 우연과 행운 그리고 일정량의 불행들이 섞여 몇 천만분의 일의 확률로 우리는 지금 현재에 있는 것일 테죠. '이래야 해서 이랬다'고 숙명 할 필요는 없지만 후회를 터부시 할 필요도 없는 것 같습니다. 로또에 당첨된 사람들은 왜 같은 번호를 몇 장 더 사지 않았을까를 후회한다고 합니다. 후회와 행복은 불가분의 관계죠. 그래서 후회를 성취와 성공의 적으로 돌릴 게 아니라 일상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내가 할 저 일은 후회할 것 투성일 거다'라고 미리 짐작하는 것도 좋은 방편이겠지요. 후회할 일이 없는 일은 그 자체로 도전적이지 못한 일을 뜻하는 게 아닐까요?
이러나 저러나 우리는 결국 우연 속에서 앞으로 한 발짝 더 또다른 우연으로 내딛는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쉽게 후회를 받아들이고 또 쉽게 후회를 흘려보내면서 좀 더 편안한 연말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한동안 레터를 게을리 했는데요, 그동안 책을 한 권 출간했습니다.
가치라는 것이라는 책입니다. 가치의 의미를 되새기고 내 안의 가치와 일의 가치를 유기적으로 만드는 것에 관해 다루고 있습니다. 브랜딩은 그 자체로 가치를 다루는 일이기에 브랜딩의 본질을 여러분에게 다시 질문하는 책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