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KTX를 타고 대구로 출장을 가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KTX 열차를 탔는데 좌석이 많이 변경되었네요. 이른 아침의 열차에는 승객이 가득 차 있습니다. 다들 접이식 테이블 위에 커피를 올려두거나, 저처럼 랩탑을 열고 일처리를 하는 사람들도 보입니다. 휴대폰 무선 충전 슬롯이 좌석마다 배치되어 있는 것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보안용 wifi를 사용할 수 있음은 물론입니다. 찾아보니 KTX-산천, KTX-청룡 등의 열차 차이도 있네요. 저는 지금 KTX-청룡을 타고 있습니다. 차창이 각 좌석마다 개별적으로 나 있는 것이 생소합니다. 창 마다 블라인드는 내려져 있습니다. 창밖을 바라보는 승객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휴대폰을 보고 있거나 눈을 감고 있습니다.
열차는 그야말로 기술적 이동수단으로써, 그리고 이동 시간 내의 개인화된 엔터테인먼트 환경으로 조밀하게 기능합니다. 객차 내에서 여행의 설렘과 같은 기운은 거의 느껴지지 않아 아쉽기도 합니다. 눈 붙이고 일어나면 대구고, 부산일만큼 편리하고 빨라져서 이기도 하겠지요. wifi를 이용해 비록 이 메일을 보내지만 저도 랩탑과 휴대폰을 내려놓고 움직이는 열차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주는 인식의 진공 상태를 즐겨볼 생각입니다. 열차를 탔을 때나 할 수 있는 사치죠. 익숙한 곳으로부터 멀어진다는 감각이 주는 작은 흥분도 잘 흡입할 생각입니다.
여러분도 오늘 하루 잠깐이라도 멍함이나 흥분을 느끼는 시간이 있길 바랍니다.
오픈애즈에서 3월 7일, 북파티? 행사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책에 담긴, 또 담지 못한 가치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이 자리를 빌려 만나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