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영화 보는 것을 (꽤나 엄청나게) 좋아합니다. 일 외에는 바깥 생활이라는 것을 거의 안 하는 만큼 다양한 OTT 플랫폼을 통해 영화와 시리즈물을 많이 봅니다만 지난 주말, 오랜만에 극장을 찾았습니다. <미키 17>, 정확히는 봉준호 감독이 도출한 새 세계를 보고 싶었달까요.
브랜드는 온전히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영화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영화에서는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서사와 메시지가 있습니다. 이것들은 영화의 환경 안에서 작동합니다. 환경을 살아있도록 만드는 것은 디테일에 있습니다. 디테일 하면 떠올릴 영화감독이 있죠.
디테일 하나 때문은 아니지만 저는 한국 영화 중에서 <살인의 추억>을 가장 좋아합니다. 매년 한 번씩은 관람하는데 2003년 영화니 스무 번은 족히 본 것 같습니다. 볼 때마다 <살인의 추억>이라는 세계를 만들어 낸, 이 세계 안에서 그 서사를 치밀하게 구성해 낸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늘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상하고 모순된 말이지만 제작진에 '동료애'도 느낍니다.
이 세계를 만드는 중심에 봉준호 감독이 있습니다. 영화 제작 현장에 있어 리더로서 그의 능력은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리더의 특징이 있죠. 카리스마로 좌중을 끌고가는 리더도, 압도적인 천재성으로 먼저 앞질러 나가며 비전을 보여주는 리더도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확실히 그런 스타일의 리더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가 가진 집착과 불안, 그리고 세심함과 섬세함이 섞여 절묘하게 효율적이고도 인간적인 리더십이 발휘됩니다.
지금 시대의 어떤 조직에서건 그의 리더십은 귀감이 되기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리더로서 봉준호 감독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봤습니다.